■역대 샘문학상 최우수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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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문학상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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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샘문학상 최우수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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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지연 (14.♡.74.84) 작성일19-07-05 23:31 조회2,109회 댓글0건

본문

 

SAEMMOON NEWS

 

 

샘문학상(본상) 역대최우수상수상작

 

 

 

【제 1회】 최우수상 입상작

 


 [시] 마음에 새긴 문신 / 이기은 시인


   고샅길은 언제나 소리의 농도가 짙다

   오고 가는 소리에 바람소리가 업힌다
   바람의 결엔 오래전 학교 가던 아침이 있다
   소 먹이고 오던 저녁은 아직도
   검정색 두려움으로 채색되어 있다

   그 여름, 추녀를 달래던 낙숫물의 노래
   자박자박 밤마실 나서던 순이 발자국소리
   먼 친척 아주머니 주름살에 쌓이던
   색 바랜 교회 종소리

   나이 한 살 많다고 한 살 적다고
   아웅다웅 싸우던 종식이네 뒤란
   댓잎 속삭이는 결이 선명한 소리도 고샅에 있다

   계절 행사로 치루는 동네 부역
   그날의 주제는 안길 청소
   낯가죽에 여름이 앉아 가무잡잡한 이장
   고샅길 잡풀 다 없애란다

   저나 나나 다 같은 잡풀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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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조] 열애(熱愛) / 허기원 시조시인
 
   순백의 마음으로 그댈 원하오니
   꽃바람 불어오는 둘만의 꽃밭에서
   어여쁜 사랑이게 하여 주오

   그대의 달콤한 향기 속에
   언제나 변함없이 사랑을 주고 싶어
   오색 찬연한 은하수 반짝이는
   내 곁에 영원토록 머물게 하여 주오

   입가의 예쁜 미소 가득 채워
   간절한 마음 받자하시고
   바람 불면 그대 손 잡아주고
   눈이 오면 당신의 따뜻한 피륙 되어
   영원히 그대 사랑이게 하여 주오

   세월의 물빛 따라 끝없이 흐르다가
   하얀 빛 산화되어 붉게 변하여도
   내 사랑 변함없이
   그대 위한 천국이게 하여 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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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필] 세 아버지 / 이주혁 수필가


 색이 바랜 신문 한 장이 곱게 접혀 있다.

연말이라 서랍정리를 하면서 눈에 띄었다.
South Dakota 주(州), Brookings 시(市)의 지방신문,

“Brookings Daily Register” 첫 면이다.

1978년 5월 8일 자로 ‘나와 아들’을 근접 촬영한

4단 크기의 사진기사가 실려 있다.


 ‘아빠 이게 뭐야?’[What’s that, Dad?] 라고

굵은 돋움[Gothic]체로 제목을 붙인 졸업식 광경이다.

나는 학사 가운을 입고 사각모자를 쓰고

넓은 강당 가장자리에 앉아 있다.

아들이 멀리서 나를 알아보고 달려와서 학사모(學士帽)에

달린 술[tassel]을 만지고 있는 사진이다.

약 850명의 South Dakota 주립대학 졸업식에

약학대학을 졸업하는, 32살  먹은 아버지와

그를 따라 온 6살짜리 아들과 만남이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모양이다.


 하기야, 이 시간이 있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1975년, 3살 된 아들을 데리고 미국 이민 길에 올랐다.

약사 이민으로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영주권을 받고 LA에 도착하였지만,

현지 사정은 상상과는 달리 만만치 않았다.

다른 의료인들은 이민 허가 조건으로 직장을 계약하고 왔으며,

그들에게는 면허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졌다.

그러나 약사에게는 취업을 요구하는 조건이 없어서

이민 절차는 쉬웠지만

현지에서 약사로서 활동할 수 있는 길은 없었다.

당시는 면허시험을 볼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았으며

미국에서 약학대학을 졸업하여야만 약사 면허시험을 볼 수 있었다.


 주유소 ‘펌프 맨’으로부터 시작하여 빌딩 ‘밤 청소부’,

비타민 회사 ‘공돌이’

자동차 브레이크 회사 ‘검사관(?)’ 등등을 거치며,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달 보기 운동’을 하며 달렸다.

그래도 한 손에 너덜너덜한 단어장을 놓지 않고

비좁은 단칸방에서 토끼잠을 잔 덕분에,

토플시험을 거쳐 미 전역의 약학대학 100여 곳에

입학원서를 보낼 수 있었다.

이렇게 정신없이 한 일 년이 지났다.

그 정황에 태어난 딸이 복을 가져왔는지

채 백일도 되기 전에 South Dakota 주립대학으로부터

편입 허락을 받았다.


 그러나 미국에서 약사 면허를 받아야 한다는

일념만으로 시험 준비에 바빴지만,

막상 입학 통지를 받고 보니 경제적으로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세 식구가 $1,800을 갖고 이민 와서

그동안 시간당 2~3불의 임금으로 늦은 시간까지 일하며

시간외 수당으로 나름대로 열심히 뛰었지만

잔고는 거의 바닥이었다.

혼자서 발버둥 치며 치열한 전쟁터와 같은 서울에서

고학으로 4년 대학을 마친 저력이 있어서,

혼자라면 어떻게든 공부를 마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 뿐‧‧‧‧‧‧.

하여, 두 아이를 한국에 보낼 계획까지 세웠으나,

비행기 표 비용도 감당할 방법이 없었다.


 혹시나 돈이 될까 하여 이민 올 때 준비하여 온 인삼이며

특산품, 개인 소장품 등등을 친구들에게 팔았고,

그들은 십시일반으로 여비까지 보태주었다.

아직 산후 건강이 회복되지도 않은 아내와 아이 둘을

LA에 남겨두고 그 곳 사정도 알아볼 겸,

일단 혼자서 South Dakota로 날아갔다.

다행히도 정부가 제공하는 그랜트를 신청할 수 있었고

은행에서 학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허름하고 침침한 지하 단칸방에서,

사과 한 알을 책상위에 올려놓고 둘이 손잡고 서로 쳐다보며

딸의 백일을 축하했다.


 이제, 사진 속의 아들을 바라보니

내가 중학교를 졸업하던 때가 떠오른다.

그때 아버지가 33살이었으니,

사진속의 나와 거의 같은 나이이다.

내가 수석으로 졸업하였다고,

졸업식 후에 교직원 모두를 초대하여 식당에서 음식대접을 하며

술기운이 올라 덩실덩실 춤을 추시던 당신의 모습이 새롭다.

당시의 집안사정으로 보아 어디서 돈을 빌려서

대접하였음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당신은 현실을 모르고 어처구니없는 과용을 했을까.

‘지금’을 누릴 줄 아는 삶을 그때 내가 깨우쳤더라면‧‧‧‧‧‧.


 그런데 나는, “나중에 좀 더 잘해주마”라고 속으로 다짐하며,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한다고 자신에게 변명하며

아이들을 대하지 않았던가.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수업을 받느라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었고,

잠자는 얼굴 잠깐 바라보는 것만으로

아버지 노릇을 한다고 생각했던 날들이 죄스럽기만 하다.

그 후 졸업하고 직장을 가지고도

“나중에 더 크게”를 반복하며 직장 일에만 충실했다.

가정을 경제적으로 부유하게 하는 것만이

좋은 아버지가 되는 길인 줄로 알고 살았다.

딸의 생일을 맞이할 때마다 무거운 짐을 느끼면서도‧‧‧‧‧‧.


 새해라고 손자, 손녀를 데리고 아들이 세배를 왔다.

이 사진을 보여주며 겸연쩍은 얼굴로 아들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사진에 6살이던 그가 벌써 44살을 넘어

중년 티가 나는 두 아이의 아버지다.

자주 야간 근무를 하는 바쁜 생활 때문인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데도

12살 된 아들과 함께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눈다.

녀석은, 야구반에서 홈런을 치던 일,

고사리 손으로 월척을 잡던 일,

캠핑 가서 곰을 만나 놀랐던 일, 스

키장에서 나동그라진 일 등등 아빠와 함께했던 일을

추억하며 깔깔대며 내게 자랑한다.
이 웃음소리를 들으니, 내 멍한 가슴이 흐뭇하게 채워진다.
 “그래, 이제 너희들은 내일 내일이 아니라

오늘, 지금 아빠와 함께 그냥 재미있게 살아라.

이 순간이 곧 내일의 시작이 아니더냐?” 하고

혼자 중얼거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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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회】 최우수상 입상작


 [시]  모래시계 / 이익준 시인

 

   시간이란 우주의 형상이 저럴거다
   그 우주의 밑바닥으로
   부러질 듯 좁은 통로를 지나
   위층의 우주에는
   크로노스가 통치하고
   아랫층에는 죽은 시간의 무덤일거다

   크로노스의
   잘디 잔 시간 입자는
   저 좁은 길목을 통과하는 순간
   죽음의 우주로 떨어져 내린다
   털끝만한 오차도 단절도 없이
   아래로 흘려보내는 시간들의 찰나

   크로노스 우주에 가득한 생명들
   때를 따라 꽃피우는
   식물들의 왁자한 웃음이 있고
   빼앗기 위해 서로 잡아먹는
   피 냄새 낭자한 맘몬의 전장도
   제몫의 입자가 저 종말의 구멍에 다가가도

   스르륵 아무 기미도 없이
   구멍 속으로 들어가는 뱀처럼
   죽음의 경계에 이르기 전에
   한번쯤 하늘 쪼개듯 천둥 번개 내려
   후다닥 정신 돌아올 수 있다면
   두 손에 움켜쥔 허욕은 놓아버리고

   별빛이 영롱한 밤에
   스르르 미끄러져 내리기를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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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소금 꽃 전시회 / 김 단  시인


   저 멀리 희미한 달빛이
   축 처진 어깨를 부여잡고
   사립문 안까지 걸어오고 있다

   두어 평 남짓 좁은 공간에선
   안도의 한숨이 방바닥을 향해
   털썩 주저 앉아버린다
   귀찮은 듯
   구멍 난 양말을 벗자
   서글픈 냄새가 온 방 가득 번져가고
   달빛이 벗어놓은 메리야스엔
   아주 오래전에 말라버린 소금 꽃이
   선명하게 반짝인다

   찰랑찰랑
   눈물 고인 술잔은
   어느새 숨소리가 되어
   좁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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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조]  동지 산행 / 차용국 시조시인


   어젯밤 송년회서 과음을 하였더니
   아직도 술 냄새가 콧등에 달라붙어
   북한산 잔바람에도 떨어지지 않는다

   술 없는 연말모임 할 수도 있을 텐데
   생각은 해봤다만 실행이 잘 안되니
   북한산 올라가면서 술독이나 빼야지

   동짓날 비가 내려 산길은 촉촉하고
   날씨는 온화하여 눈마저 녹았으니
   모처럼 구기계곡에 물소리 생기롭다

   해동의 기운이야 더 없이 반갑다만
   동짓날 따뜻하면 질병이 돈다하니
   덧없는 괜한 걱정이 여린 가슴 스친다

   승가사 도착해서 물 한 잔 부탁하니
   스님은 팥죽까지 먹으라 권하신다
   귀신도 이 팥죽 맛을 피해가진 못하리

   한 사발 붉은 팥죽도 나누면 넉넉한데
   동짓날 꼭 눈 오고 추워야 풍년인가
   북한산 동지 산행은 이미 풍년 들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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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회】 최우수상 입상작


 결 회로 입상작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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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회】 최우수상 입상작


 [시] 추억의 봉다리 속에는 / 이동춘 시인


   늦게 귀가할 딸아이 생각에
   봉다리 순댓국 꺼내어 데워 놓았다

   투박한 뚝배기, 김 모락모락 나는
   순댓국을 보며 입이 떡 벌어질 딸아이 모습 그려본다

   그래 그래 육십 넘은 애비 이 맛 들려
   창피한 생각 잊고 검은 봉다리 들고 설레발 치고 다니지

   나 어릴 적, 울 아버지 술 거나하면
   군밤 봉다리, 군고구마 봉다리 안겨주시던
   봉다리 추억이 그립고 그립단다

   나는 오늘도 또 다시 무엇인가를 손에 바리바리 들고
   갈지자걸음으로 아버지 닮은 걸음으로 걸을지도 모르겠다

   아가야, 니 애비 손에 들린 봉다리 속에는
   애비의 아버지 추억이 들어있고
   널 사랑하는 애비의 행복도 들어있고
   미래의 네가 챙길 추억이 들어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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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닭살, 사랑학 개론 / 김성기 시인


   당신을 업고 다녀야 겠습니다
   살다보면 깔딱 고개도 있고
   비탈길도 있는데
   당신은 유독 내리막길에서
   힘들어 했습니다
   험한 길은 내가 업고 갈테니
   두려워하지 말아요
   순탄한 인생길이 될 테니요

   오늘 저녁상 내가 차렸습니다
   당신 좋아하는 보리굴비 구웠지요
   서툴러 조금 태운 것을 보고
   “당신 가슴이 너무 뜨거워서
   굴비가 탔나봐요“ 라고
   애교스럽게 말하는 당신,
   하얀 살을 발라 서로의 입에 넣어주니 행복입니다

   닭살 돋는다고 다른 반찬들이
   우렁우렁 시샘을 합니다
   창밖 어스름 달밤이고
   식탁 깨소금 향기로 진동하니
   밥상에 차려진 관객들 축복으로 가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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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점말동굴 돌담길 / 이복동 시인


   포전리 마을 입구를 지나
   오르고 또 오르면
   봄인지 가을인지
   계절을 분간할 수 없는 곳
   단풍나무 조막손 흔들며
   어서 오라고 제일 먼저 반긴다

   흙길을 따라 오르는 내내
   속살거리는 숲
   먼 먼 태고 적 이야기가
   스멀스멀 기어나올 것만 같다

   발끝 세워 방긋 웃는 노란 야생화
   화사한 핑크빛 미소 흘리는 뱀딸기꽃
   터줏대감 환삼덩굴의 헛기침소리
   당장이라도 쫓아와 회초리를 칠 것 같은
   개나리 묵직한 결개가 열린 것이다

   얼음같이 차가운 기운이
   바위 사이사이에서 으름장을 놓는다
   마치 성지에 와 있는 듯하다
   내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또 할아버지
   얼마나 오랜 세월 영령으로 지켜왔을까?

   신비감마저 도는 푸른 기운
   그 아래에서 해마다 피고 지는
   돌제비꽃의 자태는 천상의 꽃이다
   시간을 먹어치운 바위는 흔적을 배설하고
   또 다른 얘기꺼리를 사람들에게 들려준다

   산길이 끝나고 돌담길이 열리면
   흔적이 퇴적되는 막다른 길
   시간도 멈추어 고여 있는 곳
   숨죽여 비밀이야기를 적는다

   돌아가는 길을 허락한 선사의 숨결
   헐떡이며 내려가는 나그네의 발길
   오를 때 보지 못한 키 작은 단풍나무
   머리 숙이며 경배한다
   발자국 따라 거친 숨소리 잦아들며
   깊은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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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회】 최우수상 입상작


 [시] 할미의 버선발 / 정영숙 시인


   시든 감꽃 목걸이
   봄바람에 대롱이는 밤
   지아비의 빈방 호롱
   달빛 밴 긴 그림자 드리우고

   아낙의 먼 시선 한 두 방울로
   새기던 그리움
   매화꽃 빈 가지를 흔든다

   홀로 두고 길 떠난 긴 가을
   할미의 귀밑머리 흰 매화꽃 여러 송이
   소리 없이 수를 놓고

   이 생애 못 건넌다는 강가
   몇 번인가 시리다시며 옴짝 이시던 발
   긴가 민가 허공에서 지아비 손을 잡고
   이제는 헤어지지 말자고 넋두리 하는 날

   얼마나 나섰을까
   그리움이 여린 할미의 버선발
   마지막 놓인
   꽃 닮은 할미의 미소가 달빛 속 화안하다

   매화꽃비 수줍게 떨어지는 봄
   그리 가신 할미의 버선
   작은 매화꽃잎 몇 장
   그리움의 노래되어 날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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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보릿고개 / 박길동 시인


   일천구백오십 년대 늦은 봄날
   봄 햇살이 따스하다
   여름이 오기 전
   늦은 봄날에
   저 언덕을 지나 높고 험준한
   보릿고개 앞에 서야만 했다
   나 혼자 넘어야 하는 고개가 아니고
   동네 몇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가 보릿고개 앞에 서야 했다
   누구의 도움 없이 넘어야 할 보릿고개
   넘지 않기를 바라지만 해마다 반복해
   혹독한 고개를 넘어야 했다

   보리밭 이랑에서 종달새가 하늘 높이
   날아올라 지지배배 노래한다
   보리밭 이랑을 향해 내려꽂기도 한다
   아지랑이 스몰스몰 피어오르고
   따스한 볕에 보리밭 꾸벅꾸벅 존다
   주린 뱃속 꼬르륵 배고픔을 알리는 소리
   채워줄 식량이 바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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